한 때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선하고 정의롭다 여긴 신념은 언제나 옳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삶의 어떤 순간을 통과하며 선함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있었고, 거센 파도 속에 무력하게 표류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작업은 일기에서 시가 되는 과정이다. 화면 위에 등장하는 '뻗어 나온 손', '새장에 갇힌 새', '촛불', '껍데기'와 같은 도상은 개인과 공동체의 방황, 청년기의 불안, 희망, 그리고 허상에 대한 상징적 대화이다.
날카롭고 비극적인 서사들은 의도적인 절제를 통해 점차 무뎌지고 은폐된다.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나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질문으로 남아, 삶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창이 되길 바란다.
김인수 작가
내 안에 밀폐되어버린 상처받고 아팠던 기억과 심리적 불안은 숲속을 숨 가쁘게 걸으며 쏟아져 나왔다.
숲속에서 스치는 바람의 결을 느끼고, 물의 흐름을 듣고, 움트는 새순의 에너지를 보며 자연과의 깊은 소통이 시작되었고,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경험하게 되었다.
숲-자연은 태초부터 그렇게 자리 잡고 기다리며 마음자리 한켠을 내어준다.
자연은 스스로, 저절로 자생하고 순환하면서 그 생명력으로 작은 인간에게 스스로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이다.
산을 오르고 바다 속을 내려가며 온몸으로 자연을 체험하는 시간들은 피조물 중 하나의 작은 존재로서 감사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에게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자연공간에 대한 작업은 실제 공간의 재현뿐만 아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에너지에 대한 울림과 느낌이며 성장해 가고 성숙을 누리는 내면의 이미지이다.
이수진 작가
한 올 한 올이 모여 한 겹을 이루고, 그 한 겹 한 겹이 더해져 견고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미약한 올과 겹이 모여 중첩된 기벽은 그 어느 것보다 단단한 내구성을 지닌다.
인생의 수많은 가지와 경험,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이 한 데 엉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듯 작업의 결과를 향하는 다양한 행위의 층위가 하나의 조형물로서 존재한다.
미약한 존재에 의지하여 층위를 더하다 지지하던 그것이 소멸된 후에도 스스로 존재하는 협저 탈태의 그것과 같이 다양한 삶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 나 스스로도 우뚝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든 것과 조화롭게 융화될 수 있는 ‘옻’과 같은 사람이고 싶다.
정연희 작가
효율과 속도로 움직이는 도시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지만, 동시에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풍경을 바라볼 여유를 잃고, 익숙한 장면들은 어느새 배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도시는 단지 회색빛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다. 노을이 강물 위에 번지는 순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의 색, 바람과 빛이 건물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호흡을 고르게 하는 정서적 여백이 된다.
나는 이러한 일상의 풍경들이 지닌 작은 움직임에 주목하며, 도시를 치열한 삶의 공간인 동시에 감각을 회복하는 풍경으로 바라보고자 한다.